[특별기고] ‘태양의 도시 서울’로 미세먼지 저감
- 담당부서
- 보건환경연구원 식품의약품부
- 문의
- 02-570-3252
- 수정일
- 2018-02-28
지난 1월 15일, 17일, 18일에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초미세먼지 문제는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적 관심으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해 6월27일 광화문광장에서는 시민 3000명이 한 데 모였다. 이 많은 사람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고, 초여름 뜨거운 햇살 아래서도 지치지 않고 3시간이 넘게 토론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미세먼지’였다. 시민들이 미세먼지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높고, 동시에 국민들이 얼마나 깨끗한 공기를 바라고 있는가를 확인한 시간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시는 미세먼지를 자연재난으로 규정하고, 이를 저감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10대 정책을 7월에 내놓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될 경우 차량 2부제와 적극적인 대중교통 이용이었다.
최근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어 시행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예산 6,4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인데, 이는 그 어느 가치보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정부와 지자체는 대기 질을 개선하기 위해 교통 수요 관리, 건설 기계 배출 관리, 비산 먼지 줄이기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는 연 평균적으로 보면 상당 부분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연일 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대기 질이 개선됐다고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기존 정책과 더불어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때다.
첫 번째 대안은 에너지 전환이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태양 에너지다. 에너지를 아껴 발전소가 아닌 절전소를 세우고, 에너지를 소비만 하던 국민들이 직접 에너지 생산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가 전국 최초로 전 세대가 베란다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사례도 있다.
태양광과 태양열, 풍력과 같은 자연 에너지는 어떤 오염도 발생시키지 않을 뿐 더러 안전하며 지속 가능하다. 국민들이 에너지를 아끼고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면 미세먼지 걱정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두 번째는 도시의 천연 에어컨이자 공기청정기 역할을 해 줄 녹지를 늘리는 것이다. 녹색 도시 정책은 우리보다 미세먼지가 낮은 나라에서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세계 여러 선진 도시들은 이미 녹색 도시, 자연 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싱가포르 도시 녹화 사업은 ‘시티 인 어 가든(City in a Garden)’을 표방하며 자연과 기술을 접목한 첨단 도시정원을 만들었다. 프랑스 파리, 호주 시드니, 미국 피츠버그 등 세계 여러 대도시에서는 건물 벽면 녹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심 녹색 공간을 늘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 자료를 보면 도시 숲의 미세먼지 농도는 도심보다 평균 25.6%가 낮았고, 초미세먼지도 도심에 비해 평균 40.9%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녹색공간은 공기를 정화해 줄 뿐만 아니라 온도를 낮춰 주고 삶의 질을 높여 준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숲 면적은 2015년 기준 8.7㎡로 세계보건기구 기준인 15㎡에 비해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의 중앙 집중식 발전은 소규모 분권 형태로 전환되어야 하고, 에너지와 대기 정책은 통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자동차 운행이 많은 대도시와 공장이 많은 산업 도시, 선박 운행이 많은 항만 도시 등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해 다각적인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에 의한 집중형 정책과 지방 정부의 분권형 정책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유엔 세계도시전망(2014년 기준)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54%가 도시에서 살고 있다. 또 오는 2050년이 되면 지구 전체 인구의 66%가 도시에서 거주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곧 지구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도시가 변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며, 깨끗한 공기를 만드는 것은 정책의 의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장 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