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쓰레기가 태평양 바다새의 몸속에서 발견 된다면?
- 담당부서
- 식품의약품부연구기획팀
- 문의
- 02-570-3252
- 수정일
- 2019-03-29
미세먼지가 자욱했던 지난 3월 1일, 서울 종로구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성곡미술관을 찾았다. 이곳에서 오는 5월 5일까지 기후변화와 환경 등 현대 문명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사진과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한 크리스조던(1953년, 미국)의 국내 최초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크리스 조던: 아름다움 너머(Chris Jordan: Intolerable Beauty)’라는 전시 제목처럼 작가는 현대세계의 아름다움과 그 이면의 불편한 진실을 명료하고 아름다우며 위트 있게 작품화 하고 있다.
작가의 전시에서 가장 강렬한 모티브가 된 것은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미드웨이’의 바다 새 알바트로스이다. 알바트로스는 물고기나 갑각류를 먹고 사는데,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연간 약 100마리가 생명을 잃는다고 한다. 작가는 모래사장 위에 플라스틱을 품고 죽음을 맞이한 알바트로스를 담담하게 사진에 담아냈다. 내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지구 반대편 알바트로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는 충격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북태평양 환류를 따라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거대한 섬을 이루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5개의 아열대 대양 환류 중 쓰레기 섬이 포착된 곳은 2곳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 쓰레기섬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있어 1997년 첫 발견 당시 우리나라 면적의 7배인 70만㎢ 정도 크기에서 140만㎢로 커졌다고 한다.
사진 뿐 아니라 지난 해 발표해 찬사를 받은 다큐멘터리 영화 ‘알바트로스’가 특별히 상영되니, 놓치지 않고 꼭 보길 바란다.
이때쯤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있을까? 작가는 이를 ‘미국 대량소비의 자화상’이라고 답한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 만연한 인류의 소비문화가 매혹적인 군중 심리를 견지하고 있다. 지속 불가능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소비 행위는 익명이라는 존재로 누구에게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량 생산 구조에서 대량 소비를 하며 쏟아져 나온 쓰레기 더미가 작가에게는 작품의 소재로 사용된다. 수 없이 많은 비닐봉투, 핵폭발 버섯구름, 석탄 등으로 멸종한 공룡, 침몰하는 타이타닉을 표현하고 실제 방대한 규모의 핸드폰, 석유통, 충전케이블을 감각적인 사진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품 하나하나에 환경적인 메시지를 담기위해 고심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모처럼 맑은 하늘에 감사하는 요즘, 아이들과 함께 의미 있는 나들이 장소를 찾는다면, 이번 전시회를 추천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단순히 관람에 그치지 않고, 교수와 미술 평론가,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인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프로그램과 4월 25일까지 화요일과 목요일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해양 쓰레기 보드게임, 쓰레기와 기후변화에 대한 환경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성곡미술관 홈페이지(http://www.sungkokmuseum.org/)를 참고하면 된다.
전시회를 보고 골목을 따라 내려오면 엽전(코인)으로 맛있는 시장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통인시장이 있고, 맞은편에는 서촌, 효자동 골목에도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근방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힘이 났다면 조선 왕조 제일의 법궁 경복궁도 구경하길 바란다.
- 기사 작성 : 식품의약품부 연구기획팀 조영리 주무관
- 취재 지원 : - 식품의약품부 연구기획팀 최유리 환경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