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를 체험하다 - 중랑물재생센터 내에 위치한 ‘서울하수도과학관’
- 담당부서
- 식품의약품부연구기획팀
- 문의
- 02-570-3252
- 수정일
- 2019-02-27
프랑스 명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부상당한 파리혁명군 마리우스를 등에 업고 경찰을 피해 탈출시킨 곳, 미국 영화 ‘배트맨2’ 에서 악당 ‘펭귄맨’이 부모에게 버림받아 살던 지하세계,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맨홀 속이 궁금해 들어다 보게 했던 ‘닌자거북이’의 아지트. 영화 주인공들이 첨벙거리며 쫓기는 장면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이곳은 바로 ‘하수도’이다. 하수도는 눈에 띄지는 않지만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정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세계적인 도시의 필수적인 환경 인프라이다.
“파리의 땅 밑에는 또 하나의 파리가 있다.” 소설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7년여에 걸친 하수도 건축 과정을 혁명으로 비유했다. 파리의 하수도는 도로의 길이 보다 길지만, 정작 그 역사는 길지 않다. 중세시대만 해도 배설물을 길에 버렸기 때문에 옷과 몸에 오물이 묻지 않게 하기 위해 높은 굽의 신발을 만들어 신었는데 그렇게 탄생한 것이 ‘하이힐’이다. 미비한 하수도는 파리와 런던을 비롯한 유럽의 도시들에서 오랫동안 흑사병과 콜레라를 비롯한 전염병의 근원지였다. 그래서 상하수도는 인간의 수명을 30년이나 연장한 인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간주된다.
도시 전체가 문화재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는 하수도 역시 관광 아이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파리에 하수도박물관이 있다면, 서울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서울하수도과학관’이 있다. 실제 지하 하수도 안에 있어 세계적인 이색 박물관으로 꼽히지만 냄새 나고 어두침침한 파리하수도박물관과는 달리 서울하수도과학관은 악취를 줄이기 위해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하면서 그 위에 조성해 쾌적하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하수처리장으로 알려진 청계천하수처리장이 위치했던 곳이다.
청계천은 서울의 하수처리 역사와 함께 크고 작은 부침을 거듭해 왔다. 조선시대 한양의 배수 역할을 했고, 한일병합 이후 전쟁으로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청계천 주변이 판자촌이 됐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청계천 뿐 아니라 한강까지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1976년 하수종말처리장을 만들었다. 이후 1979년 중랑하수처리장이 건설됐고,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난지, 탄천, 서남 하수처리장이 들어서면서 현재의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1990년대까지 서울의 하수도는 비약적인 발전을 하여 마침내 하수도 보급률 100%를 달성하게 된다.
요즘 물재생센터는 하수처리 기능 뿐 아니라 여가 문화 시설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태양광 발전은 물론 하수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소화가스와 슬러지 등을 자원으로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진화하고 있다. 2017년 9월에는 서울하수도과학관을 개관하면서 시민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서울하수도과학관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하수처리장인 중랑물재생센터 내에 위치하고 있다. 청동기 시대부터 우리나라의 하수도 역사를 볼 수 있는 유물 전시와 서울시의 하수 처리 현황, 미래는 물론 과학관에 걸맞게 하수처리 원리와 기술을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조형물과 영상물을 전시하고 있다. 서울하수도과학관의 킬러콘텐츠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내 똥은 어디로 갈까’, ‘나도 수질 연구사’, ‘장영실 체험마당’, ‘하수의 때 빼고 광내는 날’, ‘탈탈 터는 하수 이야기: 슬러지와 원심탈수’, 하수와 재이용수를 활용한 물로켓 자동차 만들기까지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과학 체험과 진로 탐색 프로그램, 가족과 함께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말 프로그램을 골라서 즐길 수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서울하수도과학관 홈페이지(https://sssmuseum.org/)를 통해 신청 할 수 있다.
과학관 밖으로 나오면 실제 하수처리시설을 직접 눈과 귀, 코(?)로 느낄 수 있고, 물순환테마파크에서 도심 속 녹지 공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너른 마당과 연못, 놀이터,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까지 따뜻한 봄날 가족과 함께 신나게 뛰어 놀 수 있는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매년 가을이 되면 서울하수도과학관 앞에는 축구장 5.5배 크기의 광활한 코스모스 화원이 만들어진다. 올해 9월에는 개관 2주년을 맞이하여 열리는 특별전시와 함께 코스모스 장관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더불어 하수도 분야에서 국내 최초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서울하수도과학관이 지향하는 비전이 어우러져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명소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
- 기사 작성 : 식품의약품부 연구기획팀 조영리 주무관
- 취재 지원 : 물환경연구부 수질화학팀 최예덕 환경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