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환경의 보이지 않는 조력자 '지하수'의 소중함 알리는 윤성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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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일
- 2019-09-30
2014년 8월 송파구 석촌지하차도에 대규모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일명 ‘씽크홀’로 불리는 지반 침하 사고의 원인이 지하 공간 개발로 인한 지하수위 변동으로 지목됐다. 도시 지하수 관리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난 9월 5일 서울시물순환시민위원회 지하수분과장을 맡고 있는 윤성택 고려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를 만나 서울시 도시 지하수의 특성과 지하수의 환경적 가치에 대해 들어 보았다.
이번 기사는 7월 2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물순환시민문화제 물순환심포지엄’ 지하수분과 발표와 8월 27일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진행된 물환경연구부 세미나에서 윤성택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다. <편집자 주>
지난해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하공간을 10m 이상 개발할 경우 반드시 지하안전평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윤성택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하 공간의 안전성 측면에서 지반 조사와 함께 지하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서울 땅속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지하철, 고층건물, 상하수도관과 케이블…수많은 지하 시설물이 지상만큼이나 복잡할 것”이라며 “지하시설물이 지하수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수위에 영향을 미쳐 지반 침하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지하수 유동, 유출량, 강우 시 지하수위 영향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성택 교수는 엄청난 양의 서울시 유출지하수에 주목하고, 안정적인 지하수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유출량을 줄이거나 유출수를 지하로 환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유출되는 물은 공원이나 샛강 등 친수 공간의 유지용수로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출 지하수는 지하 공간의 개발을 위해 해당 지역에서 인위적으로 지하수위를 낮추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지하철, 고층건물 등에서 지금도 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다른 도시에 비해 두드러지게 양이 많아 지하수이용량 대비 3.6배에 이르고, 전체 지하수 개발가능량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는 도시 물순환에서 지하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육지의 물이 수증기가 되어 증발되고 비가 되어 내리는 물순환에 있어 강이나 하천 뿐 아니라 지하수가 중요한 축으로 여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화로 인해 불투수 면적이 늘어나면서 물이 침투할 수 있는 땅이 감소하여 자연적인 물순환을 방해하고 있다.
윤 교수는 “오늘날 서울시 하천은 건천화로 인해 인위적으로 물을 공급하지 않으면 유지 될 수 없다.”며 이미 도시화에 따른 물순환 왜곡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강 물의 최대 70%가량이 강의 바닥이나 측면 즉 땅속에서 흘러나오는 지하수”라며 강과 하천의 수질 관리 시 지하수 조사와 수질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연안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물도 마찬가지다. 그는 “강의 녹조나 바다 적조의 원인을 영양염류의 과다한 유입으로 지목하면서 인근 지하수의 오염을 의심하지 않으면 수질 관리에 관련된 물순환의 중요한 고리를 놓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하수 관리는 비상급수로 활용하기 위해서 중요하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의 상수원 정책은 지표수 중심이지만, 기본적으로 지하수에 비해 오염으로부터 취약하다”라며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이나 테러와 같은 극한 상황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녹조나 폐수 오염 사고, 붉은 수돗물 사고처럼 급수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좋은 대안은 지하수”라고 말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비상 급수 상황에 대비해 평상시에도 지하수의 이용 시설과 수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하수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자리라면 서울에서부터 제주도까지 전국을 누비며 소신을 나누려고 노력한다는 윤성택 교수는 “지하수가 지구환경에서 이토록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간과되거나 모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난 2015년부터는 환경부를 도와 환경산업기술원 토양센터와 함께 매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하수와 토양을 주제로 캠프를 열고 있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지하수의 관리와 효율적 이용을 위해 하루속히 이를 위한 여러 방안들이 논의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많은 시민들이 지하수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물환경연구부는 먹는물을 포함한 각종 용도의 지하수, 비상급수시설, 유출지하수, 먹는물공동시설(약수터), 먹는샘물, 일부 유출지하수를 사용하는 바닥분수까지 지하수의 안전한 사용과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는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농촌 지역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축분뇨는 관련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지만, 특히 가장 많은 양이 자원화시설을 통해 유기성비료로 생산·사용된다. 토양으로 뿌려진 많은 양의 유기성비료와 일부 처리되지 못한 가축분뇨는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며, 결국 지하수는 일반세균이나 분원성대장균, 특히 질산성질소 등의 항목에서 수질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농경지에 비료를 뿌릴 때도 농업 생산성과 수질오염 간의 조화를 고려해야한다. 특히, 지하수의 수질을 고려한 ‘적정시비량’을 제도적으로 재검토하여 양질의 급수원이자 생태계 유지의 중요한 원천인 지하수를 안전하게 이용하고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먹는물로 사용할 경우에 지하수도 적정한 수처리시설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러한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수처리시설을 갖추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하수를 주로 농촌 지역에서 사용하다 보니, 법적으로는 일정량 이상을 사용할 경우에 지하수세를 내야함에도 실제로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하수 관리를 위한 세원 확보가 이뤄져야 체계적인 수질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땅과 지구를 공부하는 지질학과에서는 땅 속의 물, 즉 지하수를 가장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광물자원 탐사에 관한 공부를 하고 난 후, 지구환경 문제가 대두될 무렵에 처음 온천수 연구를 시작했다. 지하수에는 광물과 암석의 영향을 받아 몸에 좋은 미네랄이 풍부하다. 유럽에서는 치료와 건강 유지 목적으로 온천욕 뿐 아니라 온천수(광천수)를 약으로 먹기도 하는 ‘온천의학’이 일찍이 발달했다.
최근 수요가 급증한 생수도 먹는샘물(지하수)이며, 화장품이나 식품 원료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물도 대부분 지하수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수인 먹는샘물의 수질기준이 지표수의 먹는물 수질기준과 거의 동일한데, 이는 제도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미네랄 항목의 기준 같은 경우에도 현행기준을 개선할 수 있다면 브랜드 차별화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지하수 온도가 연중 일정한 것을 이용해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냉난방용 지열 에너지원으로 크게 이용되고 있다. 무궁무진한 지하수의 가능성만큼이나 소중히 관리하기 위해 과학적 이해를 높여야한다.
지하수의 생태적 가치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자연경관이 바로 ‘습지’이다. 습지는 여러 물을 받아 들여 정화하고, 홍수와 가뭄을 완화하며 탄소를 저장해 기후변화를 조절하는 역할까지 한다. 다양한 동식물이 사는 습지의 환경적 가치는 익히 알고 있지만, 습지를 만드는 원천이 지하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하천의 생태복원 사업이 많이 추진되고 있는데, 습지와 같은 수변생태계 조성에 있어서 인근 지하수를 비중 있게 조사하고 설계해야 습지 기능을 유지하여 지속가능할 수가 있다.
지하수는 반드시 지표수로 배출되기 때문에 지표수의 수질 관리에 있어서 그 양이 막대한 ‘지표수로 유출되는 지하수’인 ‘기저유출’에 대한 수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농축산업 지역에서의 ‘질소 관리’이다. 강이나 하천으로 바로 들어가는 직접유출을 대상으로 하는 현행 비점오염원 관리와 더불어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오염물질의 관리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영양염류 중 ‘인’을 중점적으로 관리했지만, 선진국은 이미 「질소관리를 위한 법규」를 제정해 지하수를 포함한 다양한 물에서의 질소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과 물이다. 우리는 음식과 물로부터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영양분을 얻는다. 식물은 직접 토양에서 영양분을 흡수하고, 동물은 식물을 먹어 원소를 얻게 된다. 모든 영양소의 원천이 되는 토양은 암석의 풍화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결국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처럼 사람의 인생도 땅으로부터 시작되는 ‘지구원소 순환의 일부’인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토양과 물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를 넓힘으로써 지구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그동안 우리나라 과학교육은 이 측면이 부족했다. 대중 교육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차세대 교육이라 생각한다.
물순환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지표수와 지하수의 연계 관리 시스템 구축, 유역 내 토지(토양)관리 선진화 등을 비중 있게 고려한 지속가능한 통합적인 물 환경 정책을 기반으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도시 구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통합적인 시각을 가지고 과학적 기반자료를 확보하여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기를 부탁한다.
- 기사 작성 : 식품의약품부 연구기획팀 조영리 주무관
- 취재 지원 : 물환경연구부 수질화학팀 최예덕 환경연구사
- 인터뷰 지원 : 생활환경연구부 산업환경팀 문병진 환경연구사